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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봄의 전령사 개구리 - 남획·서식지 파괴에 슬픈 울음…'빼앗긴 들에 희망의 봄을'

 

 

기적의 계절이다. 세상은 봄에 다시 태어난다. 겨우내 죽은 것처럼 보이던 가지에도 물이 오르고 꽃이 터지기 시작한다. 꽃소식은 섬진강 줄기를 타고 북상한다. 하동의 매화가 피기 시작하면 곧이어 구례 산수유 축제가 열리고, 데미샘 발원지가 있는 진안의 고로쇠 농가들의 손길도 부산해진다.

이제 곧 섬진강 19번 국도를 따라 벚꽃들이 흐드러지면 봄맞이에 한껏 들뜬 나들이객들의 발걸음도 절정에 오른다. 비록 새해의 첫 날을 따로 정해두었다지만, 사람들은 한겨울 아랫목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비가 적시고 남녘에서 녹아드는 바람에 몇 차례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고서야 우리의 몸과 마음은 비로소 추위에서 풀려난다. 경칩이 벌써 한 달 전.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온다.

‘개굴 개굴’

△봄의 전령사, 개구리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절기다. 환경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육모정이 있는 남원 지리산 구룡계곡 북방산 개구리들이 3월 초에 첫 산란을 시작했다고 한다. 섬진강 줄기로 이어진 하동과 구례에서는 이미 2월 중하순부터 알이 관찰되었다. 작년보다 20여일이나 늦은 산란이라고 하니 지난 겨울이 유난히 추웠던 모양이다. 흔히 ‘산개구리’ 또는 ‘뽕악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계절을 알리는 전령사들이다. 봄은 꽃보다 먼저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우리 곁에 찾아든다. 예전 같으면 개구쟁이 시절 추억을 찾아 동네 개울의 돌 밑을 더투기라도 할 법한데 요즘 날엔 꿈도 못 꿀 일이다. 뱀과 개구리의 상당수가 이미 포획금지종으로 지정된 탓이다. 포획만 아니라 먹는 것조차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현행 야생동식물보호법은 식용으로 양식해서 유통되는 경우만을 예외로 두고 있다. 멸종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개체수가 감소했다는 조사결과에 따른 것이다. 산골 아이들의 허기를 달래거나 노인들의 심심풀이를 넘긴 지나친 보신문화가 가져온 남획의 결과다.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기억이 되고 말았다.

잠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로부터 벗어나보면 양서류와 인간과의 오랜 인연은 보은과 애틋함으로 그득하다.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워야 했던 콩쥐를 계모의 심술로부터 구해주었던 두꺼비는 강줄기를 따라 쳐들어오던 왜구들을 물리치도록 돕기도 했다. 섬진강(蟾津江)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얻어졌다. 개구리 왕눈이와 아로미, 투투가 살던 무지개 연못을 좋아했던 선생님은 캐로로 전사들의 우주무용담을 보고 자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액침표본병에 담긴 개구리를 들어 보이며 변온동물인 개구리는 해부를 해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하는 과학 선생님의 설명을 아이들은 영문 몰라 할 수 있다. 대신 손안에 놓인 개구리를 마녀의 마법에 걸린 왕자님이 혹시 아닐까 하는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른들의 입맛보다는 아직 아이들의 동화 같은 상상 속에서 양서류들은 훨씬 더 친근한 존재로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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